[‘보건샘´s Diary’] 코로나시대 보건교사의 역할

어릴 적 ‘빨간머리 앤’이라는 만화를 참 좋아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앤이 주는 희망 에너지가 나에게까지 전달되어 앤을 좋아했던 것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나는 초등학교에서 보건교사로 13년째 근무하고 있다. 빨간머리 앤의 말 중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진 것 같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난다는 거니까’라는 말의 의미를 매일 보건실에서 경험하고 있다. 여러 응급상황의 대처, 학생 개별건강관리 등 다양한 에피소드가 일어나고 있는 곳이 바로 학교 보건실이다.


학생들은 보건수업을 재밌어한다. 평가가 없고, 다양한 체험을 통해 스스로 경험하며 성장하는 학생 중심 수업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시대에 초등학생들은 특히 방역지침을 준수하고 있다. 기침 예절과 마스크 착용 법, 손 씻기 등은 코로나19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기본수칙이라는 것을 보건수업 시간에 다양한 체험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들은 의구심을 갖고 나에게 물어본다. ‘왜 어른들은 마스크를 잘 안 쓰죠? 우리는 이렇게 잘 쓰고 있는데’라고. 이처럼 보건수업은 어린 시절 건강한 생활습관 형성에 도움을 주어 건강한 성인으로 이끄는 최적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 최경수 등마초등학교 보건교사 


보건수업을 기대하는 학생들의 눈빛을 보면, 나는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래서 더 학생 중심 수업으로 운영하려고 연구하고 노력한다. 보건수업은 학생의 건강습관을 만들고, 건강한 삶으로 연결하여 국가의 의료비 지출 감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어느 날 5학년 학생이 보건실에 웃으며 왔다. 배드민턴을 하다가 채에 앞니를 부딪혀 앞니 2개가 부러진 것이다. 그런데 이 학생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보건수업 시간에 치아가 부러졌을 때, 우유나 식염수에 넣고, 병원 가라고 배운 기억이 나서 가방에 있던 우유에 부러진 치아를 얼른 찾아서 넣었어요.”라며 뿌듯해했다. 학생은 치과 치료를 받았고, 추후 임플란트를 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배워 응급처치 했던 경험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고, 치아를 소중히 관리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코로나19 시대에 보건교사의 역할은 참으로 빛을 내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들이 등교수업을 멈추고, 원격수업으로 전환했지만, 우리는 등교수업을 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우려가 컸지만, 나는 학교 내 확진자가 많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학교에는 의료인이면서 교육자이며, 전문적 지식으로 감염병을 관리하는 보건교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학생 건강증진을 이끄는 주체자이며, 가정과 연계하여 지역사회의 건강한 삶을 이끄는 조력자로서, 나는 학생들의 건강한 삶을 기대하고 상상하며, 매일 아침 학생들을 기쁘게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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