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누울 때만큼 행복한 시간이 또 없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도 있듯이 나도 모르게 단잠에 빠져서 푹 자고 일어나면 다시 태어난 듯 한 개운함을 느낄 수가 있다.
그런데 종종 잠자리에 드는게 무섭다며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다. 얼핏 들으면 불면증인가 싶지만, “다리가 아파서 잠을 들기가 어렵다” 고 호소한다. 다리가 불편하니 정형외과에서 다리 엑스레이 검사를 해봐도, 허리 문제인가 싶어 이에 대한 검사를 해보아도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본인은 정작 잠을 청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편해서 답답할 노릇이라고 하신다.
급기야는 짧게는 수년, 길게는 십년 이상 거의 매일 이런 증상을 겪으니 우울하고 잠자리에 드는게 무섭다고 표현하시는 분들도 있다.
어떻게 불편하냐고 자세히 물어보면 대부분 낮에는 멀쩡하다가 자려고 눕기만 하면 다리가 불편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하는게 공통적인 증상이다.쑤시는 느낌, 벌레가 기어오르는 것 같은 느낌, 따끔거리는 느낌 혹은 표현하기 어려운 감각 증상이 발생하고, 일어나서 걸어 다니면 일시적으로 괜찮지만 그때 뿐, 누우면 다시 이 정체 모를 불편감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도대체 허리와 다리에 문제가 없다는데 왜 잠을 들기 어려울 정도로 다리가 불편한 걸까?
위에 나열한 표현들은 하지불안증후군이란 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성인의 5~15%정도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비교적 흔한 질환인데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 다리 혹은 신체부위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주로 안정시에 발생하며, 움직이면 증상이 대개는 완화된다.
또한 이런 증상은 낮보다는 저녁에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밤에 누워있을 때 증상을 가장 심하게 느끼지만, 일단 잠이 들면 느끼지 못한다. 주로 중년이상에서 발생하며, 원인은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도파민 시스템의 불균형이 영향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철분 부족, 말초신경병증이 있을시에도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스트레스, 임신 등에 따른 호르몬 변화와도 관계가 있다.
철분결핍이나 말초신경병증과 같은 연관된 내과 질환이 있는 경우, 이 질환을 일차적으로 치료해주면 하지불안증후군이 호전이 된다. 그러나 특별한 원인이 없는 경우는 도파민을 보충해주는 약을 쓰면 대부분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된다.
하지불안증후군이 의심된다면 가까운 신경과 병원을 먼저 방문하시길 바란다. 기존에 약을 드시고 있던 분이라면 요즘 같은 겨울철이 되면 일조량 감소와 연관되어 도파민 생성이 저하되며 증상이 악화되기도 하므로 낮동안 일광욕을 충분히 하시길 권해드린다. 평소 알코올이나 카페인, 수면부족 등도 악화 요인이 되므로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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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여진 소중한메디케어 신경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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