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집합제한, 복싱은 되고 킥복싱은 안된다?

정부가실내체육시설에 대한 집합금지를 2주 더 연장하면서 체육시설 운영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5일 헬스장·볼링장·당구장·수영장 등을 운영하는 시민들이 형평성에 맞는 방역대책을 촉구하며 거리에 나섰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3일 종료 예정이던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 집합금지 조치를 오는 17일까지 연장했다. 다만 수도권 학원·교습소의 경우 동시간대 교습 인원이 9인 이하라면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행된 6일 오후 서울 강동구의 한 헬스장에 사회적 거리두기 공지문이 붙어있다. 이날부터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은 제한적으로 문을 연다. 등교 개학도 오는 13일 고등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1주일씩 순차적으로 이뤄지며, 프로야구는 전날 무관중 경기로 정규시즌을 개막했다. 뉴스핌

◆ "새해 대목인데 문의조차 없어", 줄도산 위기에 깊어진 '한숨

수차례 집합금지를 반복하면서 실내체육시설 운영자들의 한숨은 깊어졌다. 재등록은 물론 신규 등록으로 인한 수입도 없어 새해 대목을 기대했던 자영업자들은 막막한 생계 걱정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서 필라테스센터를 운영하는 우모 씨는 "코로나가 터진 직후부터 기존 수업 인원을 반으로 줄이는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수업을 진행했는데도 지난해 8월부터 수업이 폐강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말 강서구 댄스교습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뒤로는 그룹 레슨은 아예 진행이 안 됐고, 개인 레슨도 무기한 연기됐다. 지난해 12월 매출은 몇 만원도 채 안 된다"고 토로했다.

우씨는 또 "요가업종의 경우 평생교육원으로 등록하거나 스트레칭센터로 등록된 곳은 운영이 가능하다"며 "같은 실내체육시설인데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 되는 게 이해가 잘 안 된다.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킥복싱장과 태권도장의 희비도 엇갈렷다. 체육시설법에 따르면 체육도장업의 운동 종목은 대한체육회 가맹 경기 단체에서 행하는 운동으로 권투, 레슬링, 태권도, 유도, 검도, 우슈, 합기도 등 7개 종목이 포함돼 특공무술 분야는 제외된 것이다. 4일부터 정부가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체육시설법)에 따라 체육도장업에 속하는 체육관은 아동·학생을 대상으로 9인 이하의 영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지만 여기에 포함되지 못하면 제외된다.

경기 수원시에서 요가원을 운영하는 최모 씨도 "실평수만 60평 가까이 되는 곳인데 코로나가 터진 뒤 선제적으로 한 수업시간당 인원 제한을 10명으로 뒀다. 그런데도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졌다"며 "카페에 가면 5평도 안 되는 곳에 10명이 들어가 있는데 불합리한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최씨는 "운영중지가 반복되다 보니 회원들도 예민해져서 재등록을 고민하고 있다. 고정 매출인 재등록마저 무너지고 있다"며 "2월 신규 등록을 위한 홍보를 하자니 불법 수업한다고 오해하는 신고까지 당하고 매우 힘들다"고 호소했다. 그는 "1년에 집합금지만 3번이었고 기간은 2달 정도"라며 "부양가족도 있는데 월급은커녕 유지비로 마이너스"라고 혀를 끌었다.

헬스장 운영자 A씨는 "이맘 때쯤이면 수능 끝난 아이들이 헬스를 하러 왔는데 올해는 아예 문의조차 없다"며 "회원권이 소진되고 재등록을 하거나 신규 회원권 매출이 있어야 운영이 가능한데 문 닫기 직전이다. 고정 비용이 2000만원 정도 되는데 300만원의 재난지원금으로는 월세 내기도 부족하다"고 전했다.

◆ 단체 목소리도..."형평성과 실효성 갖춘 방역대책 마련해야"

결국 필라테스·피트니스 사업자연맹(연맹)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형평성과 실효성을 갖춘 방역대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연맹은 "지난해 4월 첫 사회적 거리두기 영업 제한 정책부터 정부는 유독 실내체육시설에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했다"며 "업종의 특성상 그 위험성을 알기에 마스크 착용 검사, 환기, 소독, 출입 명부 작성을 통해 다른 그 어떤 곳보다도 철저한 방역수칙을 준수했다"고 설명했다.

또 "실내체육업계는 12월 초부터 차라리 확실하고 실효성 있는 방역대책을 세우든가 거리두기 3단계를 통해 빠르게 확산을 저지해달라라고 얘기했다"며 "하지만 거리두기는 2번이나 연장됐고 실내체육업계는 총 6주간의 휴업 때문에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고 비판했다.

연맹은 오는 6일 낮 12시 '벼랑끝 실내체육시설' 문구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도록 하는 온라인 행동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연맹 측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실내체육시설의 유동적 운영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글도 올렸다. 이 청원글은 이날 낮 12시 기준 19만6880명의 동의를 받았다. 국민 20만명이 동의하면 청와대 공식 답변 대상에 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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