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연수 중 학부모님 한분이 질문을 하셨다.
“딸이 초등학교 2학년 여자 아이에요. 지금까지 아빠랑 샤워를 같이하는데, 언제까지 아빠랑 딸이 같이 샤워하게 해도 될까요?”
순간 이 질문을 왜 하실까? 라는 고민에 빠졌다.
그래서 나는 “딸이 아빠와 샤워하는 걸 싫어하는데 아빠가 억지로 하자고 하는 것인가요?”라고 묻자 “딸은 아빠와 샤워하는 걸 좋아해요. 다만 언제까지 함께 해도 될지 궁금해서요.”라고 대답하셨다.
아주 사소한 질문이지만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성적인 측면을 고민해서 딸이 좋아하는 것을 멈추게 하는 시기를 궁금해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언제까지라기보다는 딸아이가 조금이라도 불편하다고 말하거나, 아빠와 자신과의 다른 점을 이상하게 생각한다거나, 혹은 이러한 표현을 잘 못할 것 같다고 느껴지신다면 부모님이 딸에게 물어봐주시면 됩니다. 아빠와 샤워하는 것이 불편하면 언제든 말해도 된다 라고요.”,
“그리고 불편함을 표현하지 않아도 혼자 샤워할 수 있다고 아이가 말한다면 자율성을 키워주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씻도록 하는 것이 더 좋겠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성교육 시간에 나는 고민을 많이 한다. 어떤 학생들은 내가 말하는 것을 전혀 모르는 눈치지만, 또 어떤 학생들은 무엇인가를 많이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성교육은 평균을 맞춰 교육하기가 참 어려운 영역이다. 성교육을 하는 나도 어려운데 체계적으로 성교육을 받고 자라지 않은 어른들이 가정에서 과연 자녀들에게 성교육을 얼마나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학생들과 함께 성에 관해 나눈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성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여 학부모 연수를 시작했다. 학부모가 궁금해하는 자녀들의 성에 관한 지식정도와 가정에서 성이야기를 접근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학부모 연수를 통해 나누고 싶었다.
가정에서 자녀와 성과 관련된 대화를 자연스럽게 하지 못하는 부모들이 많은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체계적인 성교육을 받지 못하였으니 가정 내 성교육이 어색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녀가 궁금해하는 질문을 무시하거나 외면한다면 아이들은 다른 곳에서 궁금증을 해소할 것이다. 정확하고 올바른 정보보다 왜곡된 성지식과 성가치관을 갖게 하는 자극적인 정보를 더 쉽게 접하게 된다. 그렇기에 자녀가 성교육을 처음 접할 수 있는 가정 성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먼저 부모는 자녀 성교육 전, 성에 대하여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성을 부끄럽고 창피하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성교육을 하는 것은 힘들다.
그리고 어느 특정한 날 특정한 시간을 정해서 특별한 성교육을 하는 것보다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러운 성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부모, 자녀 모두가 편안하고 효과도 좋다. 딸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이 드라마를 보는데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에게 기습키스를 했다. 물론 드라마 후반부에서는 둘이 서로 사랑하게 되었지만 우리가 같이 드라마를 보는 시점에는 남자주인공의 일방적인 키스 시도였다. 나는 딸에게 **야. 남자주인공이 멋있어 보이니? 하지만 올바른 행동은 아니야. 왜냐하면 자신의 감정만 생각하고 상대방의 생각이나 동의도 물어보지 않고 한 일방적인 행동이기 때문이지 라고 설명하자 딸은 아, 그렇구나. 라는 말을 했다. 이렇게 함께 텔레비전을 보는 등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성교육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성교육 시 정확한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한데 ‘고추’, ‘잠지’보다는 음경, 음순 등 우리 몸의 각 기관의 정확한 명칭으로 표현하는 것이 올바르다. 처음 사용이 어렵다면 생식기라고 표현하는 것이 낫다. 예를 들면 너의 생식기를 소중하게 관리하는 방법을 알아볼까? 이런 식으로 말이다. 심장, 위 등 몸의 다른 부분처럼 생식기 명칭도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식기를 소중하게 관리하는 방법에 관해 얘기할 때 위생적인 관리(속옷 갈아입기, 깨끗한 물로 씻기, 통증·발적 등 이상시 병원진료 등)를 얘기하면서 누군가 너에게 생식기를 보여 달라고 하거나 만지려고 하면 단호히 거절하고 즉시 부모님, 선생님께 알려야 한다고 성폭력 예방에 관한 내용까지 아이와 함께 이야기해볼 수 있다.
자녀를 그리고 학생을 올바르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부모와 교사의 역할이다. 부모님도 교사도 이러한 역할을 잘하고 싶을 것이다. 특히 ‘성’에 관해서 말이다. 하지만 어색하고 어렵기 때문에 회피했다면, 지금부터 조금씩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해봐야 한다. 우리 학생들이 신체적, 정서적, 성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와 가정은 서로 함께하고, 존중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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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수 등마초등학교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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