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벼랑 끝에 몰린 카페 자영업자 “엎친 데 덮친 격”

홀 영업 중지에 소형 카트리지 금지까지…소규모 매장 ‘직격탄’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도 업종별 규제가 조금씩 완화됐지만, 소규모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불만은 여전히 급증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24일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적용한 이후 이들 카페는 현재까지도 포장·배달만 허용되고 있기 때문. 음식점이 21시 이후 포장·배달만 허용하는 것과는 달리 엄격한 규제가 진행되는 것이다.


특히 오는 17일 이후 수도권 내 헬스장을 포함한 실내체육시설, 노래방, 학원 등의 집합금지 조치를 완화한다는 정부의 발표 이후 이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커피전문점 현황 및 시장여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7월 기준 전국에서 약 7만 1000개의 커피전문점이 영업 중이며 10개 중 4개는 서울·경기 지역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 뉴스핌.

한국건강신문 취재 결과 수도권 지역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 이후 매출 감소를 넘어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인천 남동구에서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개인 카페 특성상 소규모로 모여 커피를 즐기던 손님들의 발길이 매장 영업 금지 이후 뚝 끊겼다”면서 “추운 날씨에 일부러 근처 카페를 찾아 커피를 포장해가는 손님이 어디 있겠나”며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초반에는 매장에서 먹으려던 손님에게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고 설명하자 그대로 나가버리기 일쑤”라며 “주거지역 특성상 포장 손님은 거의 없어 가까운 곳은 직접 배달을 하고 있지만 하락한 매출을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양천구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B씨는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방역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칸막이 의무 설치 및 매장 영업시간 제한 등 현실적인 조치가 아닌 강제로 매장 운영을 중지하게 한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B씨는 “임대료를 포함한 월 운영비가 500만원 이상인데 매장 운영 중지를 강제해놓고 자영업자를 지원해준다는 것은 생색내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음식점·술집 등은 저녁 9시까지 영업할 수 있는데 카페는 포장·배달만 가능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 pixabay

이처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이후 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소규모 카페들은 새해 들어 또 다른 제재가 더해지며 어려움이 더욱 심화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1월부터 소형 이산화질소 카트리지에 대한 전면 사용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환각물질인 아산화질소의 흡입 사고를 막기 위한 정책으로, 이에 따라 소형 아산화질소 카트리지 제조와 수입·유통이 전면 금지된 것. 이에따라 다양한 음료의 토핑으로 사용되는 휘핑크림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소형 이산화질소 카트리지 역시 사용이 불가능해졌다.


정부는 2.5ℓ 이상 고압 금속제 가스용기에, 허가받은 공급 업체를 통해 아산화질소를 충전해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기존 소형 카트리지에 비해 비용 부담이 월등히 높아지기 때문에 일부 대형 프렌차이즈 매장에서나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정책 시행에 맞춰 4.9ℓ짜리 고압가스용기를 들여놓은 커피빈의 경우 “휘핑크림이 올라가는 음료가 많기 때문에 정부가 고시한 것보다 아예 더 큰 고압용기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결국 환각물질인 아산화질소의 흡입 사고를 막기 위한 정책이 소규모 카페의 경우 휘핑크림 사용 금지로 이어진 것. 게다가 대형 가스통을 매장에 보관할 경우 폭발의 위험도 적지 않다.


취채 결과 일부 소규모 카페에서는 실제로 휘핑크림이 들어가는 음료를 메뉴에서 지운 곳도 적지 않았다.


경기도 안양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C씨는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한 상황에서 소형 카트리지도 사용할 수 없다보니 휘핑크림이 들어가는 음료를 메뉴에서 삭제했다”며 “손님이 거의 없는 상황에 언제 주문이 들어올지 모르는 메뉴를 위해 투자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C씨는 “규모가 큰 대형 카페는 타격이 적겠지만 혼자 운영하는 소형 카페는 이번 정책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며 “흡입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라지만 ‘빈대 잡자고 초가집 태우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카페사장연합회는 법무법인 우일을 선임해 12일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총 1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이어 13일에는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시위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1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국회의원과의 간담회를 통해 카페업계의 홀 영업 금지 이후 실태를 설명하고 정부의 일관성 없는 방역 규제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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