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으로 구성한 가방 속 아이의 마지막 순간

아침으로 짜장라면…7시간 넘게 작은 여행가방에 갇혀 결국 질식

2020년 6월 1일.


아빠의 동거녀, 아이가 ‘엄마'라고 불렀던 그 여자는 그날, 아침밥으로 짜장라면을 끓여줬다.


하지만 그 마저도 제대로 먹지 못 했다. ‘엄마’는 곧 화를 냈고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했다. 아이가 웅크리고 들어가자 ‘엄마’는 밖에서 지퍼를 닫았다. 가로 50㎝·세로 71.5㎝·폭 29㎝에 불과한 여행용 가방이었다.


그렇게 한 참이 지난 뒤,


‘엄마’는 점심을 먹고 온다며 외출 준비를 했고, 집에 있던 ‘엄마’의 친자녀 2명에게 “아이가 가방에서 나오는지 잘 감시하라”고 크게 말했다.


몇 시간 쯤 지났을 까. 아이는 용변이 급했다. 하지만 움직일 수 없었고 아이는 용변과 함께 가방 속에 있어야만 했다.


식사를 마치고 되돌아온 ‘엄마’는 가방 안에서 용변을 본 채 지쳐 있는 아이를 보고 다시 화를 냈다. 그리고는 더 작은 가방에 들어가라고 소리쳤다.


고개를 90도로 숙인 채 허벅지를 가슴에 붙여야 겨우 들어갈 수 있던 가방이었다. 아까 그 가방보다 훨씬 더 작은, 가로 44㎝·세로 60㎝·폭 24㎝에 불과한 가방이었다.


아이는 숨이 막혔다. 고개가 꺾이고 몸을 조금도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에서, 숨이 가빠진 아이는 손으로 실밥을 조금씩 뜯었다. 하지만 이를 알아챈 ‘엄마’는 그 틈을 다시 테이브로 붙였고, 다른 틈에서는 굉음과 함께 뜨거운 바람이 쏟아져 들어왔다. 헤어드라이어였다. 


아이는 몸무림쳤다.


그러자 가방 위로 엄청난 무게가 느껴졌다. ‘엄마’는 자신의 친자녀와 함께 가방 위에 올라섰고, 뛰었다. 불과 23㎏에 불과했던 아이 위로 160㎏ 정도가 올라섰다. 그리고 또 뛰었다.


짜장라면을 조금 먹고 7시간, 아이는 가방 안에 웅크린 채 울고 또 울었다.


물 한 모금 마시지 못 한 아이는 결국 정신을 잃기 시작했고..


‘엄마’의 찬자녀들이 들은 아이의 마지막 목소리는 “아, 숨!”이라는 짧은 비명이었다.


...


대전고법 형사1부(이준명 부장판사)는 29일 성모씨(41)의 살인·아동복지법상 상습 아동학대·특수상해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5년형을 내렸다.


형을 줄여보려 했던 ‘엄마’의 항소심은 되레 원심보다 무거운 형량을 내렸고, 성씨는 다시 교도소로 돌아갔다.


1심에서 징역 22년을 받은 성씨는 항소심에서 “살인 고의가 없었다”면서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자신의 죄책을 한정하는 주장을 펼쳤다.


▲ 아이가 급히 옮겨지던 그 순간.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던 그 ‘엄마’. 연합뉴스TV 갈무리

하지만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가능성 있다는 점을 불확정적이라도 인식하고 있었다”며 “살인이 아닌 아동학대치사라는 피고인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범행은 일반인은 상상조차 못 할 정도로 악랄하고 잔인하다”며 “재판부 구성원 역시 인간으로서, 부모로서, 시민으로서 사건 검토 내내 괴로웠으나, 형사법 대원칙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어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검토했다”고 덧붙였다.


아이는 사인은 저산소성 뇌 손상과 자세성 질식, 압착성 질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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