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전문가들이 애경산업·이마트 전현직 임직원 등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을 비판하며 과학적 근거를 재판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대한예방의학회, 한국환경법학회 등 6개 학회는 17일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가습기살균제 무죄 판결의 학술적 검토를 위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월 가습기살균제에 함유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폐질환을 유도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애경산업·SK케미칼·이마트 등에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심포지엄에 참가한 학계 전문가들은 가습기살균제 무죄 판결을 법리적·독성학적·의학적·환경노출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하고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이종현 EH R&C 환경보건안전연구소장은 “판결문은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거나, 과학적 접근방법에 반대되는 내용을 포함하거나, 핵심이 되는 실험적 증거에 대해 명확한 근거 없이 배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부는 인체 피해 사례 등의 중요성과 가치를 낮게 평가한 반면 보완적 의미를 지니는 동물실험 결과에 지나치게 비중을 부여했다”며 “2심에서는 과학자 자문 패널을 구성해 과학적 연구결과에 대한 종합 의견을 재판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종한 전 환경독성보건학회장은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핵심은 불법적인 기업 활동이 국민들의 안전과 건강에 위협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라며 “과학의 불확실성이란 이름으로 기업의 불법행위가 용인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피해자 가족들은 가습제살균제로 인한 피해 사례를 공개하며 지속적인 관심을 호소했다.
피해자 가족 A씨는 “애경산업의 가습기살균제를 약 5개월간 단독 사용한 이후 천식 증상을 보이던 자녀가 결국 가습기살균제의 2단계 피해자로 인정됐다”며 “이같은 천식 증상으로 인해 약물을 장기복용한 자녀는 틱 증상이 발생하는 등 2차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피해자 유족 B씨는 “이마트PB 브랜드의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사용한 아내는 13년 투병생활을 하다가 2020년 세상을 떠났다”며 “인체에 대한 임상실험 없이 단지 동물실험 결과만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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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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