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만 되면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고온 다습한 여름 날씨는 음식물에 세균들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특히 오염된 음식을 섭취해 발생하는 세균성 장염은 날씨가 더워지는 6월부터 발병 환자가 크게 늘어나 각별한 주의가 당부된다.
1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 장염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수는 418만 8,188명으로 집계됐다. 월별로는 여름이 시작되는 6월부터 발병률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 해 5월 41만 9439명이었던 환자는 6월에 들어서 48만 1909명으로 증가했으며 7월에는 50만 6717명의 장염 환자가 발생했다.
장염 가운데서도 여러 원인균에 의해 발생하는 세균성 장염은 현대인이 흔히 겪을 수 있는 장염이다. 당장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중증 질환은 아니지만,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나 고령층의 경우에는 감염에 취약하고 증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개인 위생관리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여름철 세균성 장염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균은 살모넬라균과 비브리오, 병원성 대장균을 예로 들 수 있다. 살모넬라균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발생하는 식중독균으로 주로 닭과 같은 가금류에서 흔히 발견된다. 살모넬라균에 의한 장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70도 이상에서 1~2분 정도 가열해서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며, 요리한 이후에는 조리 도구를 충분히 세척 후 재사용하는 게 좋다.
여름철 노약자들이 흔히 감염되는 비브리오 장염은 염분이 높은 환경에서 잘 번식하는 비브리오의 특성상 해산물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주로 발생한다. 꼬막과 조개 등의 어패류를 충분히 익히지 않고 섭취해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충분한 휴식과 수분 보충으로 자연 회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면역력이 약한 경우에는 심한 탈수현상으로 정밀 검사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병원성 대장균에 의한 장염 역시 여름철 흔히 발생하는 질환 가운데 하나다. 주로 오염된 물이나 위생적이지 못한 도축 환경에서 도축된 육류를 섭취했을 때 발생하게 된다. 때문에 육류를 섭취할 시에는 충분히 가열한 이후 섭취하는 게 중요하고, 채소류를 손질할 때는 흐르는 물로 3회 이상 씻은 이후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오염된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우리 몸은 구토나 설사 등을 통해 독소를 배출하려는 방어기제를 작동하게 된다. 시도 때도 없이 뱃속에서 불쾌한 '꼬르륵' 소리와 함께 설사가 계속되는 것 역시 우리 몸의 자연스러운 방어기제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은 이런 과정을 통해 2~3일 후에는 자연 치유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38도 이상의 발열이 동반되거나 식사하기 힘든 탈 수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방치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진료받아 볼 필요가 있다.
장준희 세란병원 소화기센터 부장은 “여름철은 무더운 날씨와 장마, 긴 휴가로 인해 연간 발생하는 전체 장염 환자의 대부분이 이 시기에 몰린다”며 “면역력에 큰 문제가 없는 경우라면 별다른 치료 없이도 회복될 수 있지만 6개월 미만의 소아나 노인이라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장염으로 인해 구토나 설사가 계속될 때는 조금씩 여러 차례에 걸쳐 물이나 이온 음료 등으로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주는 게 바람직하다”며 “설사가 계속된다고 해서 의사와 상담 없이 지사제를 복용하게 되면 장 내에 독소가 충분히 배출되지 못할 수 있으므로 약물은 의사와 상담한 이후 복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한국건강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정희 기자
[email protected] -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