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병원을 많이 찾는 질환 중 다리 혈관이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오는 하지정맥류가 있다. 하지정맥류는 다리와 발의 정맥이 확장되고 부풀어 올라 피부 밖에 돌출되어 보이는 것을 말한다. 미용상으로 혈관이 두드러져 보여 여름철 짧은 하의를 입게 되면 병원을 많이 찾게 된다. 물론 미용상으로 좋진 않지만 문제는 통증이다.
발이 무거운 느낌이 들고, 다리가 쉽게 피곤해지며 심해지면 욱신거리는 통증과 경련이 발생하고 자주 붓게 된다. 방치할 경우 궤양도 생길 수 있어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조성신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혈관외과 교수와 함께 하지정맥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가족력, 임신, 복부비만, 직업적 특성 등 원인 다양
하지정맥류는 여러 위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가족력, 임신이나 출산, 복부비만 또는 복압을 증가시키는 만성질환, 하루 6시간 이상 서 있는 직업, 의자에 오래 앉아있는 직업, 심부정맥혈전증의 과거력, 습관적으로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 등이다. 특히 가족력이나 유전적인 요인이 하지정맥류 발생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일부 보고에 의하면 하지 정맥류 환자의 약 80%에서 적어도 1명 이상의 가족 구성원이 하지 정맥류로 치료를 받았거나 치료를 고민하고 있다고 보고됐다. 임신은 가족력 다음으로 중요한 요인으로, 자궁이 커지면서 복압이 높아지는 물리적인 요인 외에도,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의 변화가 주요 역할을 한다.
정맥의 역류 막는 판막에 이상으로 발생
다양한 위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국 정맥 혈류의 역류를 막는 판막의 이상이 생기면서 하지정맥류가 생긴다. 판막은 다리 혈액이 위쪽으로만 순환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판막이 망가지게 되면 다리 혈액이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다리에 정체되게 되고, 정맥에 가해지는 압력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되면서 혈관이 늘어나는 것이다.
혈관 돌출보다 다리 무거운 증상이 더 많아
대한혈관외과학회와 대한정맥학회가 전국의 성인 1,024명(일반인 900명, 환자 1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하지정맥류 질환 대국민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인 85%는 ‘다리 혈관의 돌출’을 대표증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환자 중 이를 경험한 비율은 절반 이하에 불과했다.
오히려 실제 환자들은 ‘다리가 무겁거나 피로한 느낌’을 가장 많이 호소했고 발바닥 통증, 잘 때 쥐가 자주 나는 등이 뒤를 이었다. 증상이 있는데도 방치해서 만성적 질환이 되면 피부의 변색, 경화, 궤양 등의 합병증이 생기기도 한다.
다리 쉽게 붓고, 쥐가 자주 난다면 병원 꼭 찾아야
하지 정맥의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생기는 혈관질환인 만큼 다리가 쉽게 피로해지고 무겁고 붓고, 쥐가나는 증상이 자주 나타나게 된다. 또한 이런 증상들이 아침보다는 저녁이나 야간에 두드러진다는 특징이 있다. 다리 혈관의 돌출이 없더라도 하지 정맥 순환 부전에 의한 상기 증상들이 나타날 경우에는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시는 것이 좋겠다.
혈관 초음파로 금식 조영제 없이 편리하게 진단
증상이 발생하면 병원에서 혈관초음파를 시행하여 판막의 기능을 확인하여 하지정맥류를 진단하게 된다. 혈관초음파는 금식이나 조영제의 투여 등 특별한 전처치 없이 비교적 쉽게 진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진단법이다. 판막이 망가져 혈액의 역류가 생기는지의 여부, 발생 위치, 역류 시간과 속도로 하지정맥류를 진단하게 된다.
절개없이 도관 삽입하여 문제 혈관을 제거·폐쇄해 치료
근본적인 치료는 수술을 통해 정맥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다. 고전적인 수술법으로는 피부를 절개하여 문제를 일으키는 혈관을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절개술보다는 작은 구멍을 뚫고 문제 되는 혈관에 도관을 삽입하여 열이나 접합제 혹은 경화제를 주입하여 폐쇄하는 수술법이 많이 시행된다. 혈관을 폐쇄하면 하지에 정체되는 혈액이 없어지면서 혈액은 다른 혈관으로 우회해 흐르게 되기 때문에 하지정맥류가 일으킨 증상들은 사라진다.
레이저 수술은 전신마취 혹은 하반신마취 필요, 접합제 수술은 국소마취로 가능
열을 이용한 수술은 고주파 혹은 레이저를 이용한 하지정맥폐색술이 주로 시행된다. 레이저의 경우 500~1,000℃의 열에너지로 혈관을 태워 폐쇄하거나 고주파의 경우는 약 120℃의 열로 혈관벽의 구성을 변화시켜 혈관을 폐쇄한다. 따라서 주변으로 통증을 일으킬 수 있어 치료하는 혈관 주변으로의 마취가 필요하고 필요에 따라 하반신 마취나 전신마취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예 제거해버리는 고전적인 수술법보다는 최소 절개로 이루어지는 수술로 통증이나 멍 등의 부작용도 적고 일상생활로의 복귀도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접합제나 경화제를 이용한 수술은 열로 인한 통증이 없기 때문에 도관 삽입을 위한 작은 구멍을 내는 부위에 국소마취만으로 수술이 진행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특정 물질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는 해당 방법으로 시행 받을 수 없다. 다양한 방법이 있는 만큼, 먼저 환자의 증상과 질환의 정도를 먼저 고려한 후에, 추가적으로 미용적, 비용적, 시간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위험인자 있다면 고탄력 압박스타킹으로 예방
먼저, 가족력이나 임신, 출산등의 위험 인자가 있을 경우 고탄력압박스타킹을 신어 예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복압이 높아지지 않도록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너무 오래 서있거나 같은 자세로 장시간 서있는것도 피하는 것이 좋다.
불가피하게 해당 자세를 해야한다면 3분마다 한다리씩 교대로 올렸다 내렸다 하거나, 발목을 까딱까딱해서 종아리 근육을 움직여 정맥의 순환을 도와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꽉 끼는 옷이나 지나치게 높은 하이힐도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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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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