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세포를 기증한다고요?

인간은 피와 장기 외에도 나눌 수 있는 게 있다. 바로 조혈모세포다. 과거 골수 기증으로도 불리며 고통스러운 과정이란 부정적 인식이 강하지만 최근엔 헌혈과 흡사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혈액과 관련한 난치성 질환 치료에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는 조혈모세포의 기증과 이식에 대해 알아본다.

조혈모세포란 혈액을 구성하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을 생성하는 줄기세포로 골반, 척추, 대퇴골 등의 뼈 내부인 골수에 존재한다. 최근엔 말초혈이나 제대혈에서도 채취가 가능해져 기증의 방법이 보다 간편해졌다.


▲ 픽사베이

기증된 조혈모세포는 악성 종양, 백혈병, 재생 불량성 빈혈, 다발성 경화증 등의 혈액종양, 선천성 면역결핍증 등 건강한 혈액 세포 생성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이식된다. 본래 환자가 가진 문제적 조혈모세포를 제거한 뒤 건강한 세포를 이식해 생명 유지와 완치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기증이 바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 먼저 등록기관에서 조혈모세포의 기증과 관련한 상담을 나눈 뒤 조직적합성항원형(HLA)검사를 위해 채혈을 한다. 이후 국립 장기이식 관리센터에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자로 등록을 마치면 HLA가 일치하는 환자가 발생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며칠 만에 연락이 올 수도 있지만 적절한 일치자를 찾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이식 조건은 다양한 백혈구 항원을 말하는 HLA의 일치다. 성별, 혈액형, 가족 관계가 아니어도 HLA가 일치 또는 일부 일치할 때 이식은 가능하다. 그러나 부모와 자식 사이의 HLA 일치 확률은 5%, 형제자매간은 25% 이내이며 타인과의 일치 확률은 수만 분의 1로 매우 낮다. 또한 조직이 일치하는 공여자라도 건강하지 않다면 이식이 불가능할 수 있다.

기증 준비가 모두 끝난 뒤 공여자는 조혈모세포가 혈액으로 원활하게 나올 수 있도록 일정 기간 촉진제를 맞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무증상인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근육통, 두통, 흉통, 울렁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 타이레놀 계열의 진통제를 복용할 수 있다. 이후 3~4시간 동안 양 팔의 혈관을 통해 채집 과정을 거친다.

기증 이후 공여자의 조혈모세포는 2~3주 내 원상태로 회복된다. 따라서 혈액세포 생성 능력에도 영향이 없다. 다만 평소보다 혈소판 감소가 의심되기 때문에 출혈에 주의하고, 혈액 수치의 정상화 확인을 위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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