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은 아주 흔한 피부질환이다. 피지 분비가 많은 시기에는 얼굴은 물론이고 두피, 목, 가슴 등 다양한 부위에도 발생한다. 대부분 내버려두면 자연스럽게 사라지지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데, 정말 상상하지 못한 신체부위에 여드름과 같은 병변이 생겨 당혹스러운 때가 있다. 이는 여드름이 아닌 재발하기 쉬운 낭종의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여드름은 흔한 피부질환이다. 크고 작은 볼록한 혹이 올라오면 ‘여드름이 났구나’ 치부하곤 하지만, 정확히는 모공이 막혀 피지가 밖으로 배출되지 않아 발생하는 질환이다. 여드름과 착각할 수 있는 낭종과 구분이 필요하다. 낭종은 인체 내에서 유래된 액체 또는 반고체의 물질을 지닌 주머니막을 말하며, 낭종 속에는 드물게 기생충의 유충, 세균, 바이러스가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얼굴이나 피지선이 몰린 부위가 아닌 의외의 신체부위에 여드름 같은 혹이 만져진다면 대수롭지 않게 넘겨선 안 된다. 대표적인 예로 항문주위에 이상병변이 생기는 항문 주위 농양이 있다. 항문 주위 농양은 배변 시 윤활작용을 하는 점액질을 분비하는 항문샘에 염증이 생겨 고름과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만성화될 경우 치루로 발전하기 쉽다.
항문 주위 농양은 대부분 항문샘이 대장균 등에 의해 감염되면서 발생한다. 구조상 대장 속 세균이 침입하기 쉽기 때문이다. 특징적인 증상은 항문 주변 부위의 발열과 통증이다. 특히 걷는 동안이나 배변활동 시 통증이 심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항문 주변이 따끔거리거나 부어오를 수 있다. 항문 주변에 작은 구멍 또는 이상병변이 발견되며 고름이나 진물 등의 분비물이 항문 주위를 오염시켜 악취를 풍기기 쉽다.
여성의 경우라면 바톨린샘의 여증으로 인한 바톨린낭종을 의심할 수 있다. 바톨린샘은 성교 시 윤활 작용을 위한 점액을 분비하는 기관으로 출산 경험이 없는 가임기 여성에게서 호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결하지 않거나 꽉 끼는 속옷과 하의 등으로 염증이 발생할 수 있고 또는 분만 경험이 있는 경우 출산 시 손상을 받아 만성적으로 염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바톨린낭종은 방치 시 크기가 커지면서 보행 중 통증을 유발할 수 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염증이 곪아 터지면서 2차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
이밖에도 피부에서 탈락해야 할 각종 각질과 부산물이 모여 생긴 주머니인 표피낭종이 있다. 신체 어느 부위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주로 얼굴, 목, 귀 주변, 두피 등에서 발견되는 바람에 여드름과 혼동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둘은 완전히 다른 질환이다.
압출을 시도할 경우염증성으로 변해 병변 주변까지 통증이 번지거나 붉게 부어오르는 범위가 넓어지는 등 증상이 악화할 수 있고, 이후 적절한 치료를 시작해도 회복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표피낭종은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덩어리 같은 혹에 중앙에 작은 구멍이 있는 경우가 흔하고, 무엇보다 주머니 안의 내용물이 노출될 경우 강한 악취가 난다. 이차 감염이 된 경우 통증이나 열감이 동반될 수도 있다.
이 질환들은 모두 완전한 제거치료가 필요하다. 우선 항문 주위 농양은 자연 치유될 가능성이 낮고 방치할수록 주변 조직에 염증이 퍼지기 쉬워 발견 즉시 절개를 통해 제거하는 수술치료가 이상적이다. 많은 경우에서 치루로 발전하거나 드물게는 항문암으로 이어질 수 있어 수술을 통한 염증제거가 불가피하다.
바톨린낭종 역시 레이저를 활용해 새로운 배설구를 만들어주거나 낭포를 완전히 제거하는 수술법이 권장된다. 간편한 흡입시술을 통해 치료할 수도 있지만 재발의 가능성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표피낭종의 경우 일부는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병변 부위를 절개한 후 내용물과 주머니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는 한 재발이 흔한 질환이다. 아울러 이차감염에 의한 봉와직염과 같은 피부질환을 유발할 수 있고 드물게는 기저질환의 증상일 수도 있어 정확한 진단과 제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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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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