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와 미세먼지, 그리고 한의학 - 1부: 황사와 미세먼지는 왜 건강에 나쁠까?
3월 5일은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이다. 지난 겨울 내 몰아치던 한파가 물러가고 어느덧 완연한 봄 날씨가 됐다. 몇 년 전부터 봄이 되면 황사와 함께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맑은 하늘을 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황사란 작은 모래나 황토가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대기 상층부의 기류를 타고 멀리 수송돼 지면에 서서히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황사에 대한 기록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서기 174년 신라 아달라왕 때 “하늘에서 우토(雨土)가 내렸다.”라는 기록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우토(雨土)는 ‘흙의 비’라는 의미로 공기 중에 섞여있던 미세한 흙이 비와 함께 내리는 현상, 즉 황사를 뜻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황사는 아주 오래 전부터 반복돼왔던 자연현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세먼지는 현상에 의해 정의되는 황사와 달리 입자의 크기로 정의된다. 미세먼지는 대기 중의 이물질 중 지름이 10μmm(마이크로밀리미터)보다 작은 입자를 의미하며, 그 중에서도 지름이 2.5μmm 보다 더 작은 입자는 초미세먼지라고 한다. 해변의 고운 모래가 90 μm(마이크로미터) 정도이고, 사람의 머리카락 지름이 50~70 μmm(마이크로미터)인 것에 비교해보면 미세먼지는 굉장히 작은 입자라고 할 수 있다.
황사가 발생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봄이 돼 겨울에 얼었던 토양의 수분이 녹아 증발하고 이로 인해 토양 속 입자들 사이 응집력이 약해져 바람 등의 작은 충격에도 잘 부서지게 된다. 이렇게 잘게 부서진 모래, 점토 등의 작은 입자는 가볍고, 기류의 영향을 쉽게 받는다. 강한 상승기류나 소용돌이 등에 의해 공중으로 떠오른 입자들은 이후 편서풍에 의해 우리나라에 이르게 된다.
미세먼지의 발생원인은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자연적인 원인으로는 대기 중 바람에 의한 사막먼지, 바다 표면으로부터의 염분 에어로졸, 화산이나 지진활동, 자연화재 등이 있다. 인위적인 원인으로는 화석연료나 바이오매스 연료 등의 연소, 건축 현장에서 발생하는 먼지, 시멘트와 벽돌 등의 제조, 금속 제련 등의 산업 활동, 도로 교통에 따른 노면의 침식, 차량 타이어와 브레이크의 마모 등이 있다.
과거 황사가 대부분 작은 모래나 점토로 구성되었다면 최근의 황사 구성물질은 조금 다르다. 최근 중국에서 급속한 공업화가 이루어지면서 많은 유해물질들이 발생하고 있고 이러한 유해물질들이 황사와 함께 섞여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까지 당도하고 있다.
유해물질이 포함된 황사는 우리나라 대기에 이미 존재하는 오염물질과 상호작용해 중금속 및 유기오염물질의 농도를 높인다. 또한 기체 형태의 오염물질을 끌어당겨 오염물질의 양을 늘릴 수 있다. 따라서 황사는 더 이상 단순한 자연현상을 넘어 우리나라 대기오염에 큰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미세먼지와 사망률이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이후 사람들은 미세먼지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에서는 미세 먼지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대기 중 미세먼지를 낮추기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요 대도시의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를 살펴보면 세계 다른 도시와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서울은 그 중에서도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자 사람들의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최근에는 일기예보에서도 미세먼지에 대한 내용을 함께 보도하고 있으며, 인터넷 사이트나 휴대폰 앱에서도 미세먼지에 관한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황사와 미세먼지는 건강에 유해한 영향을 미친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호흡기로 들어가면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유발하고, 미세먼지에 노출된 각 조직은 세포독성을 촉진시켜 다양한 질환을 일으킨다. 또한 황사와 미세먼지는 호흡기에 염증을 일으켜 가슴 통증 및 기침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알레르기 결막염 등 안구의 염증성 질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미세먼지는 후각을 통해 뇌로 직접 유입될 수 있어 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는 알츠하이머병 치매 및 가벼운 인지장애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작은 입자 크기로 인해 일반 미세먼지 보다 쉽게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 심혈관계 및 소화기관 등 다른 조직에까지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미세먼지를 ‘먼지의 안개’, 무매(霧霾)라고 이야기한다. 한의학적으로 미세먼지가 인체에 침범을 했을 때 그 사람의 면역상태가 중요하다고 본다.
즉 인체의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라면 미세먼지의 침범을 더 쉽게 받아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평소 체내의 건강상태에 따라 미세먼지로 인한 질병의 양상도 달라진다. 몸 안에 수분을 비롯한 에너지가 고갈된 경우에는 체내 염증 반응이 심해지며, 반대로 에너지가 과도하여 노폐물이 몸 안에 많이 쌓여 있을 때에는 염증 반응과 더불어 체내에 노폐물 생성이 촉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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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덕진 덕진한방사상체질과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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