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중환자용 병상을 확보하겠다며 민간 병원에 행정명령을 내리자, 의료계에서 현장 상황을 제대로 모르는 조처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9일 의료계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전날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 확보 명령’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각 지자체 등에 발송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공문을 통해 “최근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함에 따라 중환자 치료 가능 병상 확보가 중요한 상황”이라면서 “상급종합병원 및 국립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중증환자 전담 치료병상을 신속히 확보하고자 한다”고 명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상급종합병원은 의료기관 허가 병상 수의 최소 1%, 국립대병원은 허가 병상 수의 1% 이상을 각각 확보해 중증환자를 치료할 전담 병상으로 확보하도록 하라는 명령이다.
정부의 ‘명령’에,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당국이 현재 민간 병원의 상황을 한 번이라도 확인해 보고 이 같은 명령을 내렸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정부가 지명한 상급종합병원의 중환자실은 대부분이 가득 차 있는 상태인데다, 전체 병상의 1%에 해당하는 중환자실이라고 하면 중환자실 전체의 20%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기존 상급종합병원의 암 환자나 심혈관·뇌 질환 등 중환자들을 대체 어디로 이동시키라는 말이냐”고 되물었다.
의사들 역시 정부의 이 같은 명령에 어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정부가 지명한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중환자를 돌보고 있는 한 의사(과장)은 “지금 이 어려운시기를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나가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그 동안 정부 당국은 의사와 의료계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한채, ‘K방역’을 내세우며 자신들을 치하하기에 바쁘지 않았냐”며 허탈해 했다.
그는 “몇 개월 전 의사들의 유지 의견에도 불구하고 음압병실에 대한 비용보조를 해줄 수 없으니 당장 원상복구를 하라며 격리 시설을 모두 철거시켰는데, 일주일 뒤 다시 음압병실을 확보하라고 해 의사들을 아연실색케 했던 것을 정부는 그새 잊은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형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또 다른 의사 또한 “지금 정부는 마치 본인들의 안일한 대처에 이제는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자 마치 민간병원들이 중환자실을 내놓지 않아 대기중 사망 하는것 처럼 여론을 호도하더니 이제는 행정명령까지 내렸다”면서 “객관적인 사전 조사도 없이 필요할 때는 민간병원에 구걸하고, 어려운 시기가 끝나면 곧 내쳐버리는 이런 습관을 정부는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장과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등은 감염병 유행 기간 중 의료기관 병상 등의 시설을 동원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민간 병원에까지 병상 동원을 명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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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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