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중 옆자리에 앉은 여직원의 찢어진 청바지 틈새를 손가락으로 찔러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임원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6일 서울동부지법에 따르면 서울의 한 지역단체 회장인 A씨(54)는 2019년 4월 25일 월례회의에서 옆자리 앉은 여직원 B씨의 찢어진 청바지 틈새를 2차례에 걸쳐 손가락으로 찔렀다.
B씨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이동하면서 A씨에게 "다시는 하지 말라"고 했다. 단체에는 "추행한 A씨와 같이 일할 수 없으며, A씨가 그만두면 고소까지는 하지 않겠다"고 전달했다.
단체 측은 B씨에게 "단체에 누가 되니 고소는 하지 말라"고 수차례 설득했고, A씨 역시 사과를 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수개월이 지나도록 A씨의 사과는 없었고 회장직 사퇴 의사까지 번복하면서 B씨는 2019년 8월 A씨를 고소했다.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배씨는 재판에서 추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A씨 측 변호인은 "B씨가 A씨의 회장직 유지를 반대하는 위치에 있었다"며 "내부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뒤늦게 고소하는 등 고소 동기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건 발생하고 이틀이 지난 직후 B씨는 A씨의 차량을 타고 함께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A씨에게 행사 사진을 보내주고 신규 고객 등록을 이유로 연락도 주고받았다"며 "강제추행 피해자로 보기 어려운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이에 대해 B씨는 "이미 홍보 차장직을 사퇴하고 별다른 직책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라면서 "A씨의 차량을 탑승해 함께 행사 장소로 이동한 건 A씨가 먼저 행사장에 함께 가달라고 부탁했고, 행사 사진을 보내준 건 맡은 업무를 수행해야 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조국인 판사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인해 B씨가 적지 않은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며 "A씨는 B씨에게 용서받지 못했으며, 범행 모두 부인하면서 자신의 잘못된 처신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B씨는 수시기관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일관되고 명확하게 진술했다"며 "이미 홍보 차장직을 사퇴했고, 무고나 위증죄로 처벌받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허위사실을 꾸며내 A씨를 고소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2회에 걸쳐 A씨가 피해자를 추행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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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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