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입양모, 정신감정에서 ‘적격’으로 나온 이유

한 가지 심리검사로 양부모를 적격, 부적격으로만 판단하는 정신감정, 자가보고식 검사는 얼마든지 왜곡 가능

2일자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 제1224회-정인이는 왜 죽었나’가 방영된 이후로 16개월 여아(정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입양부모에 대해 다시금 공분이 일고 있다. 이 가운데 아이를 16차례 방치하고 학대한 입양모 장씨가 입양허가를 받는 과정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점에서 법원의 정신감정이 미흡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검사자가 MMPI 검사지를 채점하는 모습

이 날 방송분에서는 정인의 입양모 장씨의 어머니는 “친딸 심리검사를 받아보니 감정통제가 안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입양모 장씨는 입양허가 과정에서 법원이 정한 정신감정에서 결격사유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입양기관은 "입양 절차를 진행하면서 가정법원의 판결이나 직권으로 심리검사를 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장씨도 검사를 받았지만) 결격 사유가 있던 것은 없었다. 그래서 입양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2012년에 입양특례법이 전부 개정돼 시행된 이후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 법원의 허가를 얻으려면 ‘범죄경력조회서’, ‘건강검진결과서’, ‘심리검사 결과’ 등을 제출해야 하고 보건복지부령 소정교육(필수 8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서울가정법원 재판부에서도 정신감정에 대해 “입양허가 신청에 따라 임의적으로 정신 감정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감정은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에 따르면 입양 부모에게 MMPI- Ⅱ(미네소타 다면적 인성 검사:Minnesota Multiphasic Personality Inventory)를 제출하도록 하고, 이후 필요할 경우에 한해 부모양육태도 검사나 애착검사 등을 추가적으로 제출하게 할 수 있다.

MMPI- Ⅱ는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심리검사 중 하나로 약 500여 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채점이 용이하고 해석체계가 있기 때문에 비교적 객관적인 기준을 확보하고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현행과 같이  단일 심리검사로만 입양부모의 적절성을 선별해내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법무부 보호관찰위원 김지수 임상심리사(김지수심리상담연구소)는 “MMPI-Ⅱ와 같은 자가보고식 심리검사는 당사자가 얼마든지 의도적으로 다르게 대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단편적인 자기보고식 검사만으로는 수검자의 상태를 이해하는 데 한계점이 매우 많아 검사결과가 사실과 다르게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염태성 전문의(홍대 서울 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도 ”MMPI-Ⅱ를 비롯해 정신질환이나 성격장애 평가 도구는 전부 자가보고형 평가이기 때문에 객관성을 보장하는 데에 한계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입양희망자라면 자신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솔직하게 답변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만약 "심한 성격장애 환자라 할지라도 MMPI-Ⅱ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면 스스로 문제가 드러나지 않도록 답변을 조정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문의의 설명이다.


김지수 임상심리사는 “자가보고식 검사와 달리 투사검사를 하는 이유는 인위적인 방어를 하지 못하게 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 투사검사 및 지능검사 등을 포함해  정서상태 및 성격특성, 대인관계 양상을 전반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검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비용적인 부담이 있기 이를 극복할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한국건강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